가마쿠라에서의 만남 | 일본 정원과 1927년에 지어진 가옥에서 보내는 시간
우연한 만남,
보물 같은 시간.
문득 가마쿠라를 찾은 여행자는 타고 온 열차가 멀어지는 모습을 바라봅니다.
도쿄에서 약 한 시간 거리. 잠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의 기분을 느끼기에 알맞은 곳입니다.
하치만구 신사로 향하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역 반대편의 조용한 골목으로 발길을 돌립니다.
12세기 말 미나모토노 요리토모가 이곳에 무가 사회의 기틀을 세웠던 흔적을 찾아 작은 길을 걷습니다.
교토를 중심으로 한 귀족의 시대에서 무사의 시대로 넘어가던 때를 떠올립니다. 어느 시대에도 변화의 흐름은 멈추지 않았음을 새삼 느낍니다.
무가의 옛 도읍 가마쿠라여서일까요. 도쿄와는 다른 기운에 둘러싸여 마음 깊은 곳이 일렁입니다.
곳곳에 남은 옛사람들의 발자취가 오랜 시간을 건너 여행자의 마음에 말을 거는 듯합니다.
참배를 마치고 돌아오던 여행자의 시선이 좁은 비탈길에 머뭅니다.
고요한 골목 안쪽으로 걸음을 옮기자, 그 끝에서 기와지붕을 얹은 인상적인 저택을 만납니다.
고요 속에 선 운치 있고 품격 있는 대문이 여행자를 부드럽게 맞이합니다. 문 너머에는 또 다른 정취가 기다립니다.
일본의 정취가 깃든 이 저택과 정원은 1927년, 쇼와 2년에 한 기업인이 마련했고, 훗날 사쇼 에이키치(佐生英吉)가 이어받았다고 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노렌을 지나면 차분한 미소로 손님을 맞는 여주인을 만납니다. 샤브샤브와 스키야키를 맛볼 시간이 벌써 기다려집니다.
변호사였던 사쇼 에이키치는 자신만의 취향과 뚜렷한 신념을 지닌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기업의 고문을 맡았던 그는 이곳에서 기업 임원들을 대접했다고 전해집니다.
안목 있는 손님들이 좋은 요리와 특별한 시간을 나누던,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저택이었습니다.
지금도 집의 모습에서 오래전 이곳에 머물렀던 시간들이 느껴집니다.
정원이 보이는 자리에 앉자 기분 좋은 바람과 나무 향기가 감각을 깨웁니다.
정원을 바라보면 은은하고 깊은 정취에 마음이 움직입니다. 계절마다, 다시는 같지 않을 표정을 보여 줄 것만 같습니다.
교토의 이름난 정원가의 양식을 이어받은 정원이라고 전해집니다.
다채로운 식재와 돌을 배치한 풍경, 다리와 폭포가 어우러집니다. 찬찬히 눈길을 머물게 하는 정원입니다.
이 정원을 요리의 한 부분처럼 즐기는 것 또한 풍요로운 시간이 됩니다.
오래된 목조 건물이 간간이 내는 소리가 이 저택이 지어진 무렵을 떠올리게 합니다.
금융 공황이 세상을 흔들던, 결코 평온하지만은 않았던 시대였습니다.
여행자는 생각해 봅니다. 소박함과 세월의 흔적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와비사비의 세계는 당시 사람들의 마음에 무엇을 전했을까요.
해 질 녘 길어진 그림자가 겹겹이 선 정원수에 깊이를 더합니다.
여행자는 정원을 바라볼 수 있는 이 자리가 마음에 든 모양입니다. 이윽고 저녁 식사 안내를 받습니다.
여주인이 권하는 깔끔한 맛의 사케와 요리를 주문합니다.
다음 요리를 기다리는 시간마저 이곳에서는 멋스럽게 느껴집니다.
지역에서 생산되는 귀한 와규와 가마쿠라 채소를 스키야키와 샤브샤브로 즐깁니다.
사쇼 에이키치가 소중히 여겼던 환대의 마음이 이어져 있음을 느낍니다.
그저 맛있다는 한마디만으로는 이 시간을 다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저택과 정원, 흐르는 계절과 요리가 함께 어우러집니다.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만족스러운 시간으로 이어집니다.
요리는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이 함께 만들어 내는 것임을 느낍니다.
뜻밖의 장소에서 찾은 보물 같은 시간을 기억에 담고, 여행자는 도쿄로 돌아가는 길에 오릅니다.